"허가 전주기 '수행' 넘어 '설계'로…CRO 역할 재정의"
[인터뷰] 박양수 메디팁 대표
"Beyond execution, We design approvals" 올해 슬로건 제시
승인 가능성 높이는 RA 중심 개발·허가 구조 강조
프로메디스 인수로 의료기기 임상·인허가 역량 확장
큐리바이오 연계 비임상 근거 설계 서비스도 추진
- 최인환 기자
- 입력 2026.01.20 11:58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전주기(End-to-End)를 표방하는 CRO가 늘고 있지만, 고객사가 실제로 원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단순히 임상과 허가를 대신 수행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일정의 예측 가능성, 보완 요구의 최소화, 승인 가능성을 높이는 개발·허가 구조의 정교함이다. 규제가 고도화되고 개발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허가는 개발이 끝난 뒤의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전 과정을 관통하는 전략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메디팁은 'Beyond execution, We design approvals'를 올해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단순 허가 대행을 넘어, 승인 성공 구조를 설계하는 'RA Standard CRO'로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박양수 메디팁 대표는 19일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메디팁은 허가를 대신 제출하는 회사가 아니라, 허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하는 회사"라며 "규제가 고도화될수록 고객사가 시행착오 없이 개발을 완주하도록 돕는 것이 CRO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최근 CRO 시장의 흐름을 '전주기 수행의 확산'으로 진단했다. 다만 수행 범위의 확대가 곧 승인 가능성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요즘은 거의 모든 CRO가 전주기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고객사가 체감하는 가치는 다르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덜 흔들리면서 승인까지 갈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주기 '수행'과 전주기 '설계'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팁이 말하는 설계는 단순한 문서 작성이나 일정 관리가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규제기관 관점에서 승인 가능성을 구조화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설계란 ▲목표 적응증과 TPP의 정합성 ▲비임상·CMC·임상의 논리적 연결 ▲CTD 구조상 심사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구조화하는 것"이라며 "허가는 결과이고, 결과는 구조에서 나온다. 구조가 흔들리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쌓아도 승인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개발 전략과 허가 방향을 자체적으로 설계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 같은 흐름이 또 다른 시행착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시간을 줄여주는 훌륭한 도구지만, 허가 전략의 정답은 아니다"며 "인허가는 최신 규제 트렌드, 내부 운영 기준, 실무 관행처럼 문서화되지 않은 경험의 영역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만든 전략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국내 규제 환경과 어긋난 사례를 현장에서 자주 본다"며 "문제는 이런 구조적 오류가 임상 후반이나 허가 단계에서야 드러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메디팁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RA를 중심축으로 한 설계형 컨설팅을 강조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곧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승인 지연과 실패의 가장 빈번한 원인으로 CMC 리스크를 꼽았다. 제조, 시험, 규격, 변경관리 등 CMC 이슈는 개발 후반부에서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초기 바이오벤처나 교수 창업 기업의 경우, 비임상 단계에서 사용한 물질의 규격과 품질 관리가 정리되지 않은 채 개발이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가서 용량 재현이 안 되거나 불순물 관리 문제가 드러나면, 앞선 실험들이 모두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결국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메디팁은 CMC를 단순 문서 작성이 아닌 승인 구조의 핵심 축으로 보고, 개발 초기부터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
메디팁은 지난해 프로메디스 인수를 통해 의료기기 임상 운영과 인허가 컨설팅 역량을 확장했다. 필러와 디지털치료기기(DTx)를 중심으로, 의약품에서 축적한 허가 설계 철학을 의료기기 영역에도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그룹 차원에서 큐리바이오가 가족회사로 합류하면서, 오가노이드 등 인간 유래 모델 기반의 비임상 근거 설계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동물시험 축소와 대체시험 확대는 명확한 흐름"이라며 "이제는 근거 생성 단계부터 허가 전략이 분리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임상–임상–허가를 하나의 승인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 앞으로 CRO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디팁은 그룹 내에서 드림씨아이에스와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하고 있다. 메디팁이 개발 초기와 허가 설계를 담당하고, 드림씨아이에스가 허가용 후기 임상을 수행하는 구조다.
박 대표는 "설계와 실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승인 성공률과 일정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오는 3월 12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리는 제3회 메디팁–드림씨아이에스 공동 심포지엄 역시 이러한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양수 대표는 올해를 향한 메시지로 다음 한 문장을 꼽았다.
"허가 대행이 아닌, 허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합니다."
그는 "고객사가 시행착오 없이 개발을 완주하고, 그 결과가 승인과 사업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CRO의 본질적인 역할"이라며 "메디팁은 '수행'을 넘어 '설계'로, 국내 인허가 CRO의 기준을 분명히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